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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 친구관계, 분노를 다스려라
등록일 : 2012-02-21    조회 : 99419    등록자 : 관장  
지난 월요일에 일어난 일이다. 지난 달 집단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투신 자살했던 여고생의 친구가 또다시 투신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친한 친구의 자살을 막지 못한 자책감으로 인한 행동으로 보여진다. 집단 따돌림을 당한 아이와 그것을 막아주지 못한 친구의 비극적 선택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들은 친구관계에서 커다란 어려움을 겪곤 한다.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이고 학교와 학원 등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즉, 청소년기는 어느 시기보다 친구관계에 민감하고, 중요한 시기란 뜻이다. 1월 기획 3탄에서는 정신과 전문의인 미소병원 문지현 원장이 말하는 ‘원활한 친구관계를 위해 청소년들이 명심해야 할 것’에 대해 다루었다. 2012년 시작부터 터져 나오는 청소년 문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하는 문지현 원장과의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치열하고 냉혹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보면서 ‘참 좋은 시절’이라고 부러워한다. 즐겁기만 해도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청소년기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바깥에 서 있는 어른들의 시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상 청소년기 안에 있으면 그 시기를 지독한 혼란과 다양한 갈등으로 경험하기 쉽다. 이 시기만큼 온갖 요구들에 노출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때도 드물다. 이런 상황은 반항으로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것이 폭력적으로 드러나는 경우에는 학교폭력이 될 수 있고, 친구관계에서의 갈등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청소년들이 다 폭력으로 반항을 표현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항이란 것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을 드러내는 중요한 표시이기 때문에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청소년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 나는 화가 난 것일까
흔히 “중,고등학교 때 친구가 평생 간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시기의 친구가 진짜 좋은 친구인지는 알 수가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친구를 사귀는 능력은 청소년시기에 계발된 것이 거의 전부이고, 그 힘으로 평생 사람들을 만나며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청소년 시기에 친구관계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친구관계에서의 갈등해결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스스로 화가 났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보통 화가 나면 다른 주변 상황들은 다 사라지고, 분노의 대상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된다. 나의 모든 에너지와 시선이 바깥으로 향하는 것이다. 열이 뻗치고 얼굴이 뜨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상시에 하지 않던 말들이 입에서 튀어나오려고 하거나, 내 몸에서 열이 올랐다는 신호를 보낼 때에는 스스로 화가 났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분노의 원인을 찾아라
 
스스로 화가 났음을 인식했다면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청소년의 친구관계에서 분노가 발생하는 원인은 굉장히 많다. 그 가운데 자존감을 건드리는 말과 행동에 분노를 하는 경우가 쉽게 눈에 띈다. 자존감은 한 사람의 마음 건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이 부분을 건드리면 화가 나는 법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인정, 사랑 받고 있다는 생각이 짓밟히는 순간, 친구가 나를 무시하는 마음을 느낄 때, 좋아하는 친구가 마음을 받아주지 않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순간 등 친구들 사이에서 자존감이 상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이외에도 친구에게서 내가 가진 분노가 반사되어 보일 때, 혹은 내가 이미 화를 낸 적이 있는 다른 사람의 모습이 반사될 때도 마찬가지다. 혹은 “친구라면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성의 원칙을 깬 친구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친구 사이에서 분노를 느끼는 경우는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왜 본인이 화가 났는지 원인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 분노, 제대로 다루어라
 
 
분노를 다룬다는 것은 화를 내되 건강하게 내자는 것이 목표다. 감정을 잘 다룰 자신이 없다면 모리 꼭대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상황 자체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분노를 다스려야 하는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일단 끓는 화를 가라앉힌 뒤 친구에게 정말 해야 할 이야기를 하자. 화를 낸다는 것은 내가 얻고 싶은 것을 얻고자 하는 몸부림일 수도 있다. 화를 내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그 상황을 통해 내가 친구에게 진짜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좋아하는 친구가 다른 친구랑 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면 화가 치민다. 이 때 버럭 화를 내다가는 그나마 있던 우정마저 박살날 수 있다. 그 순간 내가 원하는 것은 친구와의 우정을 되찾는 것이지 화를 내고 친구를 몰아내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글’로 화를 다스릴 때도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요새는 휴대폰 메시지나 메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 마음을 표현한 경우 오해의 소지가 많다. 얻고 싶은 것을 얻기보다는 엉뚱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가령 분노를 다스리고 화해를 위해 문자를 보냈지만, 되레 더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나 메일을 통해 화를 다스릴 경우에는 바로 보내지 말고 잠시 ‘임시 보관함’에 넣어두자. 하루 정도 묵혀두고 다시 들여다보면 전날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이 보일 것이다. 이를 발견한 이후에 꼭 보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좋다.
 
- 친구관계, 비법은 없다
 
 
세상 모든 중요한 것들이 다 그러하듯, 친구관계에도 소위 말하는 ‘비법’이란 없다. 굳이 한 가지 꼽자면 비법이 아니라 ‘황금률’이라고 불리는 원칙을 말해주고 싶다. 황금률이란 “무엇이든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의 한 구절로 설명할 수 있다. 뻔한 말처럼 들리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청소년이 어른보다 더 잔인해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생동이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 경험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자살까지 감행했지만, 정작 가해자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이야기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친구를 많이 사귀고 그들과 어울리는 즐거움을 최대한 누리고 싶다면, 나는 어떤 친구를 사귀고 싶은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나 자신이 내가 바라는 그런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 친구관계에서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 분노를 다스려야 하는 이유
청소년들이 친구관계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것을 ‘분노’, 혹은 ‘화’를 다스리는 법에서만 찾는 것은 무리가 있다. 좀 더 넓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최근 인성교육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성적과 성취만 강조하다가 정작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과 강조를 놓친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교육부가 정의하는 인성교육은 “도덕성, 사회성, 정서를 포함한 바람직한 인간으로서의 성품을 갖도록 하는 교육”이라고 한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사람, 다란 사람과 어울려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여러 가지 정서를 경험하고 다루는 사람이 인성교육이 지향하는 모습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분노 혹은 화는 정서에 해당한다. 즉, 화를 잘 다스리는 것은 친구관계의 갈등을 줄이는 것임과 동시에 올바른 인성교육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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