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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세째주: 퇴고(推敲) / 토사구팽(兎死狗烹)
조회 : 59457      작성자 : 관장님
▷퇴고(推敲)
 



퇴고(推敲)

推:밀 퇴 옮을 추. 敲:두드릴 고
[출전]《唐詩紀事》〈卷四十 題李凝幽居〉
 



민다, 두드린다는 뜻으로, 시문(詩文)을 지을 때 자구(字句)를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침을 이르는 말.
  

당나라 때의 시인 가도[賈島:자는 낭선(浪仙),777∼841]가 어느 날, 말을 타고 가면서〈이응의 유거에 제함[題李凝幽居]〉이라는 시를 짓기 시작했다.
이웃이 드물어 한거하고 [閑居隣竝少(한거린병소)]
풀숲 오솔길은 황원에 통하네 [草徑入荒園(추경입황원)]
새는 연못가 나무에 잠자고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린다 [僧敲月下門(승고월하문)]
그런데 마지막 구절인 '중은 달 아래 문을……'에서 '민다[推]'라고 하는 것이 좋을지 '두드린다[敲]'라고 하는 것이 좋을지 여기서 그만 딱 막혀 버렸다. 그래서 가도는 '민다''두드린다'는 이 두 낱말만 정신없이 되뇌며 가던 중 타고 있는 말이 마주 오던 고관의 행차와 부딪치고 말았다.
"무례한 놈! 뭣하는 놈이냐?"
"당장 말에서 내려오지 못할까!"
"이 행차가 뉘 행찬 줄 알기나 하느냐?"
네댓 명의 병졸이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으며 가도를 말에서 끌어내려 행차의 주인공인 고관 앞으로 끌고 갔다. 그 고관은 당대(唐代)의 대문장가인 한유(韓愈)로, 당시 그의 벼슬은 경조윤(京兆尹:도읍을 다스리는 으뜸 벼슬)이었다.
한유 앞에 끌려온 가도는 먼저 길을 비키지 못한 까닭을 솔직히 말하고 사죄했다. 그러자 한유는 노여워하는 기색도 없이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엔 역시 '민다'는 '퇴(推)'보다 '두드린다'는 '고(敲)'가 좋겠네."
이를 계기로 그후 이들은 둘도 없는 시우(詩友)가 되었다고 한다.
[주] 가도 : 당나라의 시인. 하북성 범양(河北省范陽) 사람. 자는 낭선(浪仙). 일찍이 불문(佛門)에 들어감. 법명(法名)은 무본(無本). 한유(韓愈)와의 사귐을 계기로 환속(還俗)한 후 시작(詩作)에 전념함.


▷토사구팽(兎死狗烹) 
 



토사구팽(兎死狗烹)
 
兎:토끼 토. 死:죽을 사. 狗:개 구. 烹:삶을 팽.
[원말] 교토사 양구팽(狡토死良狗烹)
[동의어] 야수진 엽구팽(野獸盡獵狗烹)
[유사어] 고(비)조진 양궁장[高(飛)鳥盡良弓藏].
[출전]《史記》〈淮陰侯列傳〉,《十八史略》,《韓非子》〈內儲說篇〉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힌다는 뜻. 곧 쓸모가 있을 때는 긴요하게 쓰이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헌신짝처럼 버려진다는 말.
  

초패왕 항우(項羽)를 멸하고 한(漢)나라의 고조(高祖)가 된 유방(劉邦)은 소하(蕭何) 장량(張良)과 더불어 한나라 창업 삼걸(三傑)의 한 사람인 한신(韓信:?∼B.C.196)을 초왕(楚王)에 책봉했다(B.C.200).
그런데 이듬해, 항우의 맹장(猛將)이었던 종리매(鍾離昧)가 한신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고조는 지난날 그에게 고전한 악몽이 되살아나 크게 노했다. 그래서 한신에게 당장 압송하라고 명했으나 종리매와 오랜 친구인 한신은 고조의 명령을 어기고 오히려 그를 숨겨 주었다. 그러자 고조에게 '한신은 반심을 품고 있다'는 상소가 올라왔다. 진노한 고조는 참모 진평(陳平)의 헌책(獻策)에 따라 제후들에게 이렇게 명했다.
"제후는 초(楚) 땅의 진(陳:하남성 내)에서 대기하다가 운몽호(雲夢湖)로 유행(遊幸)하는 짐을 따르도록 하라."
한신을 진에서 포박하든가 나오지 않으면 제후(諸侯)의 군사로 주살(誅殺)할 계획이었다.
고조의 명을 받자 한신은 예삿일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래서 '아예 반기를 들까'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죄가 없는 이상 별일 없을 것'으로 믿고 순순히 고조를 배알하기로 했다. 그러나 불안이 싹 가신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활한 가신(家臣)이 한신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종리매의 목을 가져가시면 폐하께서도 기뻐하실 것이옵니다."
한신이 이 이야기를 하자 종리매는 크게 노했다.
"고조가 초나라를 치지 않는 것은 자네 곁에 내가 있기 때문일세. 그런데도 자네가 내 목을 가지고 고조에게 가겠다면 당장 내 손으로 잘라 주지. 하지만 그땐 자네도 망한다는 걸 잊지 말게."
종리매가 자결하자 한신은 그 목을 가지고 고조를 배알했다. 그러나 역적으로 포박당하자 그는 분개하여 이렇게 말했다.
"교활한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쓸모가 없어져) 좋은 사냥개는 삶아 먹히고[狡토死良狗烹(교토사양구팽)], 하늘 높이 나는 새를 다 잡으면 좋은 활은 곳간에 처박히며[高鳥盡良弓藏(고조진양궁장)], 적국을 쳐부수고 나면 지혜 있는 신하는 버림을 받는다[敵國破謀臣亡(적국파모신망)]고 하더니 한나라를 세우기 위해 분골쇄신(粉骨碎身)한 내가, 이번에는 고종에게 죽게 되었구나."
고조는 한신을 죽이지 않았다. 그러나 회음후(淮陰侯)로 좌천시킨 뒤 주거를 도읍인 장안(長安)으로 제한했다.
[주]《십팔사략(十八史略)》에는 고조(高鳥)가 비조(飛鳥)로, 양구(良狗)가 주구(走狗)로 나와 있으나 뜻은 같음.
작성일자 : 2004년02월16일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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