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내 아이들과 씨름하고 힘겹게 퇴근길에 올랐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버스를 탄 나는 빈자리를 발견하고 누가 앉을 세라 얼른 뛰어가 앉았다. 퇴근시간에 자리에 앉아서 목적지까지 편안히 간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이 자리만큼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지켜야지.’ 하는 생각으로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
몇 정거장이 지나자 어떤 할머니가 버스에 오르더니 내 앞으로 오셨다. ‘어휴, 왜 하필 이 할머니께서는 내 앞에 서시는 걸까.’ 몇 정거장을 모르는 척하고 가는데 할머니는 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내 곁으로 쓰러지시는 것이었다. 아무리 철면피라 해도 더 이상은 못 버틸 것 같아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서며 “할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몸이 좀 아파서 실수를 저지른 것 같네요. 여기 앉아서 가세요.” “이를 어쩌나. 몸도 불편한 것 같은데 아가씨가 그대로 앉아서 가도록 해요. 난 괜찮으니까.” 할머니는 손을 저으며 사양하셨고 나는 더욱더 미안해졌다. 할머니는 의자에 앉으시더니 “이렇게 자리까지 양보해 줬는데 보답을 해야지.” 하시며 치맛자락을 걷어 올려 속주머니 속에 숨겨둔 구겨진 껌 하나를 내 손에 쥐어주셨다. 순간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할머니의 잘 가라는 손짓과 함께 차에서 내려 할머니께서 주신 껌을 씹으면서 집으로 향했다. 어떤 껌보다 단맛이 더 나는 껌이었다. |